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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ASSIE'S BLOG
내 여자의 열매 본문
나는 허리를 곧추세워 앉았다. 신문 갈피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손바닥으로 눈자위를 비볐다. 러닝셔츠를 브래지어 께까지 들추어 올린 아내의 등허리와 배에 제법 깊은 멍 자국이 있었다.
갈피
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. 또는 그 틈.
붉은 물이 오르기 시작한 풋사과 같던 아내의 뺨은 주먹으로 꾹 누른 것처럼 깊이 패었다. 연한 고구마 순처럼 낭창낭창하던 허리, 보기 좋게 유연한 곡선을 그리던 배는 안쓰러워 보일 만큼 깡말라 있었다.
마지막으로 밝은 곳에서 아내의 알몸을 본 것이 언제였던 가 하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. 올해가 아닌 것은 분명했 으며, 지난해였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.
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목 소리였다. 턱없는 비유겠지만, 공들여 옻칠을 하고 유약을 바른 다과상 같은 음성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. 아껴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올 때만 꺼내게 되는, 가장 좋은 차와 다기를 올려놓고 싶어지는 단아한 찻상 말이다. 그날, 불안정하게 떨려 서 나온 내 고백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은 채 아내는 예의 차분 한 목소리로 심상하게 대꾸했었다. 나는 평생을 정착하지 않 고 살고 싶어요, 라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.
아이더러 기다리라고 하더니 약국 안으로 사라 진다.
무슨 약 사게?
아빠, 어디가 아파?
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리는 시늉을
했을 뿐이다.
아빠는 꽤 오래 걸린다. 하얀 가운도 걸치지 않은 늙수그레 한 약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뒷모습만 보인다
주억거리다: 고개를 앞뒤로 천천히 끄덕거리다.